울트라손(Ultrasone) Edition 10, 오케스트라 전용 헤드폰

• 헤드폰 / 2012. 8. 19. 16:37

 

글.사진 : 루릭 (http://blog.naver.com/luric, @LuricKR)
청음실 : 스마트오디오 (http://www.smartaudio.co.kr)
*스마트오디오는 청음실에서 제품만 빌려줄뿐, 이하 청음후기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습니다.

*헤드폰의 청음 세트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CD 플레이어 : NAD C 515BEE
인터케이블 : Audioplus ASB1000
헤드폰 앰프 : Analog Design Svetlana


꽝 아니면 당첨

누가 뭐라해도 에디션 10은 예쁜 헤드폰입니다. 전용 우드 스탠드에 단정하게 걸쳐진 이 물건은 그냥 실내 장식용 아이템으로 써도 좋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실제로 제품을 손에 들고 요리조리 살펴보면 세부 마감도 무척 좋습니다. 에티오피아 염소가 불쌍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매우 부드러운 질감의 가죽이 헤드밴드와 이어패드에 사용됐고 은은한 금빛을 내는 금속 광택과 원목 장식은 너무도 화려합니다. 머리에 써보면 생긴 것과 달리 가벼우면서도 푹신한 착용감에 만족하게 됩니다.

 

 

문제는 가격이었습니다. 울트라손의 최정상급 헤드폰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입가격은 300만원을 돌파해버렸지요. 어지간히 소리와 디자인을 따지는 오디오파일이 아니라면 이 헤드폰에 접근하기조차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선택의 문제는, 직접 청음을 해봤을 때 청자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것입니다. 직접 들어보지 않고 큰 돈을 투입했을 때 '당첨'이 될 지 '꽝'이 될 지 분명하지가 않습니다. 제가 들어본 바로는 이렇게 설명드릴 수 있겠습니다.

정확하고 균형잡힌 소리를 원한다면 꽝!
- 수십만원의 손해를 감수하고 최대한 빨리 처분한다.

뭔가 감동적으로 변형된 소리를 원한다면 당첨!
- 더 좋은 헤드폰 앰프와 인터케이블을 찾아다니는 악마의 길로 입성한다.

...아주 간단하지요? (--)a


오케스트라를 노린 현란한 왜곡

Driver Unit : 40 mm Titanium-plated Dynamic, Open
Frequency Response : 5 Hz ~ 45 kHz
Impedance : 32 ohms
Sound Pressure Level : 99 dB
Weight : 282 g

 

저는 한동안 이 비싼 헤드폰을 들으면서 딱히 만족감을 얻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의구심이 들더군요. 예전에 들어봤던 에디션 8처럼 감상 초반부터 확~ 감동을 안겨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첫 인상은 뭔가 이상했습니다. 밝게 강조된 고음역은 다소 자극적이고 어색한 느낌이 오며 저음은 때때로 웅장하다 못해 방방거립니다. 선명한 소리인 건 알겠는데, 고.중.저음 모두 기어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은 듯한 어색함이 묻어납니다. 그런데... 원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저는 시작부터 주로 재즈를 들었는데 락과 일렉트로닉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이 물건이 갖고 있던 잠재력이 음악 장르에게 제한받고 있었던 것입이다. 음반을 바꿔 '클래식 악곡'을 듣기 시작하는 순간 에디션 10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레벨업되는 느낌입니다.

 

 

에디션 10의 소리를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철저히 왜곡되고 꾸며진 사운드입니다. 음에는 온통 굴곡이 져있고 저음 부스트와 고음 부스트가 모두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왜곡이 모조리 오케스트라에만 맞춰진 듯 합니다. 콘트라베이스와 첼로, 팀파니를 위한 저음 / 피아노, 합창단 만을 위한 중음 / 바이올린, 비올라, 오보에 등등을 위한 고음 - 이런 식입니다. 이 제품은 각 악기들이 가장 임팩트 있게 들리려면 어떻게 소리를 꾸며야 하는지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에서 저음부를 연주하는 악기들이 청자를 둘러싸면서 마치 공연 현장 가운데 있는 듯한 감흥을 줍니다. 그 맑고 투명한 바탕 속에서 고.중음 악기와 합창단의 목소리가 공중 부양합니다.

 


 

만약 에디션 10을 통장 털어가며 구입했다면 쓸만한 앰프하고 연결해서 클래식만, 그것도 대편성 오케스트라만 들어도 어느 정도 가치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이 헤드폰은 클래식 악곡을 감동적으로, 인상적으로, 짜릿하게, 즐겁게 듣기 위해 존재한다고 봅니다. 음악 장르의 올라운드 매칭 따위 저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겁니다. 어떤 클래식 악곡이든 뭔가 감동적으로 바꿔버리는데, 심지어 레코딩 상태가 좋지 않은 50~70년대 음반도 흥겹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LP를 다시 녹음해서 CD로 만든 음반들) 좋아하는 클래식 악곡이 있는데 원래 탁하게 녹음된 음반이라면 에디션 10으로 소리를 '보정'할 수 있겠군요. 고음역이 현란해지고 저음은 풍성하게 강화되어 귀를 감싸줄 것입니다.

이런 개인적 감상과 조금 거리를 두고 '성능' 부분을 체크해보면, 에디션 10은 고.중음역의 해상도가 무척 높은 편이었습니다. 반면 저음역 해상도는 약간 덩어리가 부풀려져서 분명하지 못한 느낌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 헤드폰의 괴상한 성격을 하나 더 발견합니다. 에디션 10의 소리는 고음과 저음 사이를 쩌억 갈라놓은 형국을 보입니다. 고음과 저음 사이 어딘가에 헬름 협곡보다 깊은 틈이 있는 듯 합니다. 아마도 입체감의 강조를 위해 의도적으로 고저음 사이에서 모세의 기적이라도 일으켰나보군요.

또한 모든 음역대에 잔향감이 있습니다. 이것은 응답이 조금씩 느리다는 뜻도 됩니다만, 이 잔향감은 꽤 샤프하고 현대적인 에디션 10의 음색에 나름대로 감성적인 느낌을 더해주는 요소입니다. 또한 넓은 스테이지를 표현하며 마치 청자를 에워싸는 듯한 입체감을 제공하는 것도 특기가 되겠습니다.

문제점을 든다면 자연스러운 소리가 아니라는 겁니다. 플랫도 아니고 밸런스도 딱히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오케스트라를 들으며 [흥분]할 생각이 없다면 일찌감치 에디션 10은 잊고 사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에디션 10이 재즈에 안맞는다거나 어색한 느낌이 든다는 것 역시 저 자신의 감상적 서술일 뿐입니다. 짜릿한 자극감을 즐긴다면 재즈, 락, 일렉트로닉 등에서 즐거운 경험이... 될 지도 모릅니다. (말하면서 먼 산을 바라보는 중)


*루릭이 들어본 Ultrasone Edition 10의 소리는?
해상도 : 높음.
타격감 : 깊고 부드럽게 울리는 저음 타격.
공간감 : 무대가 넓고 입체적으로 귀를 둘러싸는 느낌.
치찰음 : 있음. 잔향감도 함께 존재.
자연스러움 : 모세의 기적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는 없음.
고음역 : 높은 해상도, 현란하고 선명한 고음.
중음역 : 귀에 가깝고 명료하지만 고.저음 사이 어딘가에서 방황 중.
저음역 : 양이 많고 깊게 내려가는 저음.


장단점 및 결론

 

GOOD
클래식, 특히 오케스트라에 최적화된 사운드
현란한 고음역의 표현
높은 고.중음역 해상도
넓은 스테이지 표현과 아름다운 입체감
깊고 부드러운 저음역
음악의 감흥을 줄 수 있는 튜닝
이건 헤드폰이라기보다는 인테리어 소품
값이야 어찌됐건 헤드폰이 예쁘고 우드 케이스와 스탠드도 얻을 수 있음
거대한 크기와 달리 가볍고 편안한 착용감
BAD
밸런스와 일찌감치 작별 인사를 나눈다
소리의 자연스러움 따위 모세의 기적으로 쩍 갈라버린다
음악 장르의 올라운드 매칭은 저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낸다
빛의 속도로 사라지는 통장 잔고를 만끽한다
몰래 구입했다가 실제 가격을 아내에게 들키는 그 순간 부부싸움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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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후기' 메뉴의 글들은 세밀한 제품 리뷰가 아닙니다. 빈티지 뮤직 플레이어, 마이너하거나 구하기 어려운 이어리시버 등을 유저분으로부터 빌려서 사용해본 후 작성하는 재미 위주의 감상문입니다. 제품의 디자인이나 실제 사용의 요소들은 모두 제외되며 오로지 사운드 분석만 합니다. 또한 제품이 제 취향이 맞지 않을지라도 감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험한 글이 나오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이 점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청음 후기는 스마트오디오 청음실 제품을 포함하여 월 6~7회 진행되며 신청은 메일로만 받습니다. (luric@naver.com) 같은 달에 제품이 여러 개가 접수된 경우는 개인적인 선별 작업을 통해 제품을 채택한 후 진행 여부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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